2001년 1월 렉서스 모델을 필두로 우리나라 시장에 진출한 도요타는 일본 1위, 세계 3위의 자동차 메이커로서 내적으로는 위기의식 및 낭비제거 경영과 대외적으로는 자동차 박물관 및 교통안전 교육 등 자동차와 관련한 다양한 공익 문화사업 전개를 통한 이미지 차별화 전략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한국전쟁'을 계기로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밑거름을 쌓은 도요타는 어려움을 딛고 큰 성공을 거두면서 세계적인 회사로 거듭나게 되었다. 태생의 한계를 딛고 렉서스가 고급차 시장에서 각광을 받으며 벤츠나 BMW에 버금가는 가치를 인정받게 된 도요타는 '값싼 일본차'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세계 최고의 부호인 빌 게이츠가 즐겨타는 차', '보편적인 세계화 시스템이 만들어낸 걸작' 등으로 평가받으며 세계인이 사랑하는 자동차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전 세계인들이 인정하는 강한 브랜드로 거듭나는 도요타, 그 힘의 비결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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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전승 경영 - 서비스 사업 확대, 자동차 부문 강화 |
제너럴 모터스와 포드 모터가 부품 부문을 분리하고 대신 인터넷 관련사업에 주력하고 있는데서 알 수 있듯이 제품제작 부문에서 주변 서비스 사업 부문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이 시대적 추세다. 도요타 자동차도 99년 말부터 2000년에 걸쳐 자동차 이외의 사업분야에 적극 진출하기 시작했다. 'DDI, KDD, IDO 합병, 도요타는 교세라에 이어 2대 주주로 부상', '결제기능이 갖춰진 도요타 카드 발행', '도요타 산하의 지요다 화재해상보험과 다이도쿄 화재해상보험 합병으로 자동차 보험에 강한 손해보험사 탄생', '도요타, 금융 지주회사 설립' 등 일련의 움직임은 도요타의 서비스 분야가 GM이나 포드보다 한발 앞서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도요타는 과연 어떤 청사진을 갖고 있는 것일까? 다다아키 부사장이 얘기하는 서비스 사업의 구상은 한마디로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통신 인프라는 DDI가 제공하고, 휴대단말기는 계열사인 덴소 등에서 만들고 있다. 고도 도로교통시스템(ITS)이 실현되면 자동차가 단말기가 될 수도 있다. 자가와 부사장은 ‘서비스 사업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자동차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 중 하나다. 앞으로 '도요타 모터 컴퍼니'에서 '모터' 대신 '모바일'이 들어간 '도요타 모바일 컴퍼니'로 회사명을 바꾸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물론 도요타가 자동차 사업을 버리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다각화 사업을 정보통신 네트워크로 연결, 크게 전진시키는 데 도요타의 목적이 있다.
도요타 자동차의 이러한 계획은 20대 고객의 확보에 그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그 일환으로 도요타는 자체 경기장에서 자동차 경주 F1을 개최, 스포티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뿐만 아니라 혼다로부터 F1의 맹주라는 이미지를 탈환할 계획이다. 이것은 성숙 시장인 자동차 시장에서 닛산에 이어 혼다까지 몰아내기 위함이다. 또한 혼다 죽이기와 서비스 사업의 확대는 성숙산업 분야에서 살아 남겠다는 도요타의 강한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도요타가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이 결코 낮은 것이 아님에도 ‘도요타 자동차가 잘 팔리고 있다는 실감이 안난다. 혼다는 아직 무서운 존재고 닛산의 부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경영층부터 현장 노동자들까지 느끼고 있는 위기 의식이다. 임원에서부터 현장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조직 전체가 안고 있는 위기의식의 원류는 지난 49년 초긴축 재정정책을 실시할 때 자금줄이 악화돼 도산 직전까지 갔던 경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은행단은 판매회사의 분리 등과 함께 인원조정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룹의 창시자인 도요타 사키치의 생각을 정리한 '도요타 강령 5조'에는 '가정적 분위기를 만들라'는 내용이 있어 도요타는 노동조합과 '인원조정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교환한 바 있다. 그 결과 도요타는 노동쟁의에 휩싸였고 창업자인 도요타 기이치로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그 후임으로 등극한 이시다 다이조는 ‘쓸데없이 돈을 낭비하지 말라. 남는 돈은 모두 저축하라’고 강조했다. 도요타의 현재 보유자금이 2조엔에 달하는 것은 언제 경영위기에 빠질지 알 수 없으므로 최소한 2개월분의 단기채무 상환과 사원전원에 대한 퇴직금 지불을 염두에 둔 조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창업자들의 위기감도 흐려진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석유파동, 엔貨 강세, IT 혁명 등으로 위기감을 유지해왔다. 앞으로도 ‘자동차만이 아닌 도요타’라는 캐치프레이즈로 확장노선을 견지하면서 전사원의 위기의식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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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연공동체 경영 - 인수방어 위한 자본의 논리 |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도요타에는 도요타(豊田) 가문을 중심으로 하는 혈연적 측면이 아직 남아 있다. 그룹 창시자인 도요타 사키치의 가르침을 정리한 도요타 강령 5조에 명시된 '가족적 미풍'을 신봉하며 우직하게 지키고 있는 '혈연 공동체'인 것이다. 이것이 이 글로벌 기업그룹이 가진 또 하나의 얼굴이다.
그룹의 최고위층이 모이는 '아침의 모임'을 비롯해 그룹 내에는 각종 모임들이 이뤄지고 있다. 쥬니어 모임, 고졸자의 모임, 대졸자의 모임, 여직원의 모임, 자위대 경험자의 모임 등이다. 오쿠다 히로시 회장은 ‘비공식적인 모임을 통해 공동체적인 사풍이 생겨나고 있다’며 이같은 움직임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인사도 도요타 가문의 혈연공동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 크게 성공을 거둔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의 출발은 도요타 에이지의 차남인 도요타 데쓰로가 일본 시장에서 크게 히트한 소형차 브랜드 '비츠'의 개발은 셋째 아들인 도요타 슈헤이가 각각 담당했다.
위기의식의 전승을 강점으로 내세워 온 이 혈연공동체의 최대 관심사는 인수방어다. 주식공개매입(TOB), 주식교환 등으로 인해 거대기업도 인수표적이 되는 오늘날 ‘도요타도 언제 인수 당할지 알 수 없다’는 위기감이 그룹 내에는 팽배해 있다. 청사진이 거의 완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순수지주회사 구상'은 이러한 위기감의 발로다. 도요타 그룹 상위에 순수지주회사를 창설하고 승용차, 트럭, 부품 관련 자회사를 그 아래에 편입시키는 방법, 도요타 그룹 하위에 순수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법 등이 논의되고 있다. 지주회사 산하로 들어가는 도요타 자동직기 등은 관련법상 지주회사의 주식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그룹 산하 기업의 주식인수를 통한 간접적인 그룹의 주식 매점에 대한 불안은 사라지게 된다. 도요타는 연결납세 등 관련세제 조건이 정비되는 대로 1∼2년 내에 지주회사제 도입에 착수할 전망이다. 그러나 오쿠다 회장의 말처럼 혈연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혈연공동체 속에서 도요타 가문이 위기전승과 제품제작의 전통을 이어가는 구심력으로 남더라도 앞으로 영원히 우수한 인재를 배출해 내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도요타가 내걸고 있는 자본의 논리는 '주주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논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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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문화 흡수 경영 - 좋은 것은 흡수해 도요타식으로 변형 |
일본식 경영의 대표적 존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도요타는 사실 물밑에서 최신 경영기법을 탐욕스럽게 흡수하고 있다. 원래 도요타에는 '일본식 경영'과 '구미식 경영'의 명확한 구별이 없었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존 폴 맥더피 교수는 ‘도요타가 갖고 있는 것은 도요타식 경영뿐’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여기저기서 구미식 경영을 흡수한 사례들을 볼 수 있다. 최신 경영지표로서 전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경제부가가치(EVA)도 그 중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방면에서 한발 앞서가고 있는 소니도 99년부터 이를 본격 도입하는 등 EVA는 일본에서도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 도요타는 이미 96년 경부터 투자판단을 위한 지표로 EVA를 이용하고 있다.
뛰어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생산시스템 분야에서도 도요타는 세계 최강이라는 평가에 안주하지 않고 이질적 방식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미국의 명문 벤처기업 맥스저 테크놀로지에게 생산공정의 개선 가능성 조사를 의뢰한 바 있다.이질적 문화의 수용은 사실 도요타의 오랜 특기다. 도요타의 생산시스템이 2차 대전 이전 포드의 방식을 흉내내는 데서 시작됐다는 것은 유명한 얘기지만, 도요타의 창업자인 도요타 기이치로가 애독했던 책이 포드 창업자인 헨리 포드가 저술한 '마이 라이프 앤 워크'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때 '기술의 닛산', '판매의 도요타'라는 평가가 있었던 것처럼 도요타는 기술자 확보 등에서 오랫동안 후진기업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지 못했다. 우수한 학생들은 긴자(에 본사를 둔 닛산 자동차에 지원했으며, 중앙 관료들은 같은 도쿄대학 출신들이 많이 모여있는 닛산에 기꺼이 정보를 제공했다. 이같은 갭을 메우기 위해 도요타 기이치로는 외부 인재의 등용과 사원의 해외유학을 추진해 '이질적 문화'로 핸디캡을 만회하려 했던 것이다.
도요타는 이질적 존재를 받아들이는 데 충분한 시간을 들이고 있다. 면밀히 관찰하고 준비한 후에야 이를 수용하는데, 그것은 이질적 존재를 도요타식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그룹 창시자이며 발명왕인 도요타 사키치는 '발명일기'에서 이 '침울지둔(沈鬱遲鈍)'의 철학을 설파했고 아들인 기이치로가 이를 이어받았다. 그 전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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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편집증 경영 - 전사원이 문제해결 중독증 |
부사장인 이케부치 고스가 '도요타의 코어 컨피턴스'라고 단언하는 생산방식은 이제 생산부문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됐다. 그러나 99년 가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 발행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게재된 도요타 생산방식에 관한 연구논문에는 ‘지금까지 도요타 생산방식을 채용하려 했던 기업은 많았다. 그러나 그 도입에 성공한 기업은 거의 없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자동차 메이커의 생산방식 연구부문의 일인자인 도쿄대학 경제학부의 후지모토 다카히로 교수는 도요타 생산방식의 지도자로부터 ‘도요타 생산방식의 강점은 무엇인가. 초급자는 재고가 적다는 점을 꼽는다. 중급자는 문제를 찾아내 생산성 향상 및 품질향상을 강제하는 메커니즘을 지적한다. 그러나 상급자들은 문제를 찾아내 해결하는 작업을 거듭하는 동안 문제가 없는 상황에 불안을 느껴 모든 직원이 열심히 문제를 찾기 시작한다는 점이라고 얘기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후지모토 교수는 ‘수만 명의 사원들이 이른바 문제해결 중독증에 걸려있는 상태라는 점이 바로 도요타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도요타 생산방식은 생산부문의 효율화 뿐만 아니라 판매, 개발 등과 같은 여러 부문의 효율화에도 이용되고 있다. 96년 1월에는 유통과 판매부문의 생산성을 높이고 리드타임을 단축하기 위해 국내 영업부문 안에 업무개선 지원실이라는 부서가 발족됐다. 업무개선 지원실은 우선 중고차 부문의 현금흐름을 효율화하기 위해 딜러들이 인수한 중고차에 대한 정보를 정보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딜러들에게도 공개했다. 이것이 발전해 신규 자동차와 중고차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Gazoo'로 이어졌던 것이다.
신차개발기간 13개월. 소형 왜건형 자동차 'bB'가 달성한 경이적 기록이다. 그 비밀은 개발부문에 도입한 새로운 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설계부서를 중심으로 생산기술, 구매, 부품 메이커의 기술자 약 50명이 한 컴퓨터에 저장된 설계도면을 보면서 공동설계를 추진해 도면의 완성도를 높였다. 도요타 생산방식은 공정 과정에서 품질을 높임으로써 불량품 발생률의 억제를 지향한다. 위의 설계작업은 이러한 생산방식을 개발부문에 적용한 것이다. 그 결과 bB의 시험제작 차를 만들지 않고 컴퓨터 상에서 모든 설계가 끝났다. 개발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던 것은 최초 개발 단계에서 완성도 높은 도면을 만들자는 발상의 힘이었다.
이처럼 도요타 생산방식은 경영효율화를 위한 방법으로 사내 각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생산부문에서 나타난 것처럼 도요타만의 강점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사원들의 편집광적인 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도요타 생산시스템이 '도요타 경영시스템'으로 승화될 수 있을지 여부는 어디까지나 '사람'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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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중심 경영 -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난다 |
켄터키에 위치한 도요타 서플라이어 서포트 센터(TSSC)에는 경영자문을 구하는 미국인 경영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오고 있다. 여기는 미-일 자동차 마찰이 종식되던 지난 92년 도요타 측이 미국에 자사의 생산방식을 보급시키기 위해 개설한 곳이다. 센터의 장을 맡고 있는 오바 히로시 부사장은 ‘도요타 프로덕션 시스템(TPS)을 배우기 전에 공장의 생산효율이 올라 잉여인원이 생기더라도 결코 인원감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달라’고 강조한다.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TPS를 단순한 생산성 향상 시스템이 아닌 사람을 육성하고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체계적인 철학으로 생각해 달라’는 것이 그의 얘기다.
작업은 누구나 똑같은 동작으로 가능하도록 철저하게 평준화하라’, ‘작업 시점에서 품질을 확인해 불량품이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고 불량품이 나오면 라인을 세워 다시 만들라’는 오바 부사장은 ‘작업 개선의 기회를 스스로 발견할 수 있다면 작업자의 의욕은 크게 높아진다. 자발적으로 보다 좋은 제품을 추구하는 인재가 많은 회사는 강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의 발언은 자동차 업계의 일본대표로서 외국자본의 공세에도 흔들리지 않는 도요타의 비밀을 상징하는 것이다. 앞에서 얘기한 위기감의 전승, 혈연공동체 의식에 가까운 팀워크, 외부의 새로운 생각들을 흡수하려는 열의, 편집광적인 합리화 노력 등은 사람을 지키고 키우고 활용함으로써 완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도요타 본사에는 이런 철학을 그룹 전체에 보급시키기 위한 '생산조사부'라는 조직이 있다. 이 'TPS敎의 총본산'을 만든 주인공은 도요타 자동차 공업의 전임 부사장인 오노다. 현재 도요타 자동차 사장인 조 후지오도 오노 전임 부사장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직계 제자다.도요타 상점의 문을 연 1895년부터 헤아리면 도요타는 이미 100년이 넘은 기업이다. 현존하는 일본 국내의 100년 기업 중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 된 곳은 도요타 뿐이다. 그 도요타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도요타 특히 현장 직원들 사이에는 근면과 성실이라는 고색창연한 개념을 미덕으로 삼는 정신이 남아 있다. 이 일본적인 정신은 도요타의 해외 현지법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근면, 성실이라는 기질은 일본인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갖고 있다. 기업은 도구에 불과하며 이것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사원 하나하나가 근면과 성실을 지향하면 기업은 강해지고 영속도 가능해진다. 100년 기업은 경영진과 사원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을 때라야 비로소 실현할 수 있는 세계인 것이다. |